아홀로틀은 어떻게 잘린 다리를 다시 만들까
아홀로틀을 보면 머리 양옆의 깃털 같은 아가미와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입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생김새만 보면 귀여운 수중 생물 같지만 아홀로틀이 과학자들에게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놀라운 재생 능력 때문이다.
아홀로틀은 잘린 꼬리나 다리를 다시 만드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뼈와 근육과 피부와 혈관과 신경을 함께 복원해 원래와 비슷하게 움직이는 다리를 만들 수 있다. 척수와 심장 조직 그리고 뇌의 일부도 손상된 뒤 재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체가 된 뒤에도 이 능력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한 연구동물로 평가받는다.
상처가 흉터가 아니라 새로운 다리로 바뀌는 과정
아홀로틀의 다리가 잘리면 상처가 난 부분을 피부 세포가 빠르게 덮는다. 연구에 따르면 절단 후 약 하루 안에 얇은 상처 표피가 만들어질 수 있다. 사람이라면 이곳에 딱지가 생기고 흉터 조직이 채워지겠지만 아홀로틀은 상처 아래에 블라스테마라는 세포 집단을 만든다.
블라스테마는 아무 형태도 없는 살덩어리가 아니다. 다리를 이루던 여러 세포가 다시 증식할 수 있는 상태로 바뀌어 모인 재생 조직이다. 이 세포들은 자신이 원래 어떤 조직이었는지에 대한 성질을 어느 정도 유지한다. 근육과 뼈와 피부를 만들 세포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없어진 부분의 크기와 방향을 계산한다. 손목 부분이 잘렸다면 다리 전체를 처음부터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없어진 손목 아래쪽을 중심으로 복원한다. 최근 연구에서는 세포가 다리의 앞쪽과 뒤쪽 위치를 기억하고 필요한 신호를 다시 만드는 과정도 확인되고 있다.
신경도 중요하다. 재생 부위에 신경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으면 블라스테마가 충분히 자라지 못할 수 있다. 면역세포 역시 단순히 세균을 막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대식세포는 죽은 세포를 치우고 재생에 필요한 신호를 조절한다. 실험에서 대식세포의 활동을 방해하면 다리 대신 흉터와 비슷한 조직이 생기며 정상적인 재생이 중단되기도 했다.
아홀로틀이 다리를 다시 만든다고 해서 바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상처의 위치와 개체의 나이와 건강 상태에 따라 재생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감염이 생기거나 몸 전체가 심하게 손상되면 죽을 수도 있다. 아홀로틀은 불사신이 아니라 손상된 조직을 흉터로 막는 대신 원래 구조에 가깝게 복원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난 동물이다.
이 능력이 연구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사람도 상처를 회복할 때 아홀로틀과 완전히 동떨어진 세포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에도 줄기세포와 면역세포와 상처 회복 신호가 있다. 하지만 큰 손상이 생기면 대부분 빠르게 흉터를 만들어 상처를 막는 쪽을 선택한다. 과학자들은 아홀로틀이 과도한 흉터를 만들지 않는 방법과 세포가 원래 위치를 기억하는 과정과 신경이 조직의 성장을 조절하는 원리를 연구하고 있다. 이런 연구는 당장 사람의 팔과 다리를 다시 자라게 하는 기술이라기보다 척수 손상과 심장 손상과 피부 흉터를 더 잘 치료하기 위한 기초 지식을 제공하는 데 의미가 있다.
아홀로틀의 유전체는 약 320억 개의 염기쌍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 유전체의 약 열 배에 이르는 크기다. 너무 크고 반복되는 부분이 많아 과거에는 분석하기 어려웠지만 유전체 해독이 진행되면서 어떤 유전자와 신호가 재생 과정에서 작동하는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게 됐다.
연구동물이면서 반려동물이고 캐릭터가 된 이유
아홀로틀은 물고기가 아니라 도롱뇽과 가까운 양서류다. 대부분의 도롱뇽은 성장하면서 외부 아가미가 사라지고 육지 생활에 맞는 모습으로 변한다. 하지만 아홀로틀은 유생의 특징을 유지한 채로 성적으로 성숙한다. 이를 유생성숙 또는 네오테니라고 한다. 성체가 되어도 머리 양옆의 외부 아가미와 꼬리의 지느러미를 유지하며 평생 물속에서 산다.
사진에서 자주 보이는 분홍색 아홀로틀은 반려용과 연구용으로 번식된 백색 계열이다. 야생형은 갈색이나 짙은 올리브색에 금빛 반점이 있어 진흙과 수초 사이에서 몸을 숨기기 좋다. 사람에게 항상 웃는 것처럼 보이는 표정도 실제 감정을 나타내는 미소라기보다 머리와 입의 형태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아홀로틀은 실제로 반려동물로 많이 사육된다. 다만 개나 고양이처럼 만지며 교감하는 동물은 아니다. 차갑고 깨끗한 물이 필요하며 강한 물살과 높은 수온에 약하다. 피부와 외부 아가미도 민감하기 때문에 자주 손으로 만지는 것은 좋지 않다. 먹이를 주고 수조 속 행동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키우는 동물에 가깝다. 반려용 개체는 대부분 사육 환경에서 번식하지만 야생 개체는 멕시코시티 소치밀코 일대에만 남아 있으며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사육 개체가 흔하다고 해서 야생 개체까지 안전한 것은 아니다.
조금 의외지만 아홀로틀은 과거에 식재료로도 이용됐다. 멕시코 분지에서는 아즈텍 시대부터 아홀로틀을 먹었고 19세기 시장에서는 살아 있는 개체와 구운 개체가 판매되기도 했다. 20세기 중반까지 아홀로틀 고기를 넣은 타말을 만들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현대에도 식용 목적으로 따로 번식한 사례가 있다. 일본에서는 식용으로 기른 아홀로틀을 손질해 출하했다는 보도가 있었고 일부 이색 음식점에서 통째로 튀겨 판매한 사례도 알려졌다. 하지만 일본이나 멕시코의 일상적인 대중 음식은 아니며 매우 드문 이색 식재료에 가깝다. 당시 생산 관계자는 맛을 복어나 자라 또는 장어와 비슷한 담백한 맛이라고 표현했다. 다른 시식 기록에서는 흰살생선처럼 순하고 부드럽다는 평가도 나왔다. 맛은 조리법과 사육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주관적인 평가이므로 아홀로틀만의 정해진 맛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현재 야생 아홀로틀은 멸종 위기에 있으므로 야생 개체를 잡아먹거나 거래하는 것은 보전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과거에 식용으로 이용됐다는 사실과 오늘날 야생 개체를 소비하는 문제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아홀로틀은 캐릭터로도 인기가 매우 많다. 외부 아가미가 머리 장식처럼 보이고 눈과 입이 단순한 모양이라 그림으로 만들었을 때도 특징이 쉽게 살아난다. 몸은 길쭉하지만 다리는 짧고 얼굴은 늘 웃는 것처럼 보여 봉제 인형이나 스티커 캐릭터로 만들기에도 좋다.
게임 마인크래프트에는 아홀로틀이 공식 생물로 등장하며 관련 의류와 인형 같은 공식 상품도 판매된다. 멕시코에서는 50페소 지폐에 소치밀코의 생태계와 함께 아홀로틀이 그려져 있을 정도로 상징성이 크다. 단순히 귀여운 인터넷 동물을 넘어 멕시코의 자연과 문화를 대표하는 생물이 된 것이다.
아홀로틀은 한편으로는 실험실과 수족관에서 쉽게 만날 수 있고 캐릭터로도 사랑받는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원래 살던 자연에서 사라질 위험에 놓여 있다. 잘린 다리와 신경을 복원하는 놀라운 생명력을 가진 동물이 정작 서식지 자체는 스스로 되살릴 수 없다는 점이 아홀로틀이 가진 가장 아이러니한 특징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