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레온은 왜 몸의 색을 바꿀까

카멜레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능력은 색 변화다.

많은 사람은 카멜레온이 주변 배경에 맞춰 초록색 나뭇잎 위에서는 초록색이 되고 갈색 나뭇가지 위에서는 갈색이 되는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카멜레온의 색 변화는 단순한 위장술보다 훨씬 복잡하다.

카멜레온이 몸의 색을 바꾸는 가장 큰 이유는 주변 배경을 그대로 따라 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물론 기본적인 몸 색과 무늬는 주변 환경에 섞이는 데 도움이 된다.

숲에 사는 종은 초록색이나 갈색 계열이 많고 건조한 지역에 사는 종은 흙빛에 가까운 색을 띠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영상에서 보는 화려한 색 변화는 대개 숨기 위한 변화라기보다 감정 상태와 체온과 상대에게 보내는 신호에 가깝다.

수컷이 다른 수컷을 만났을 때 갑자기 노란색과 주황색과 붉은색이 강해지는 것은 나 여기 있다라는 표시이자 물러서라는 경고일 수 있다.

암컷에게 구애할 때도 색이 변하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위협을 느낄 때도 색과 무늬가 달라진다.

추울 때는 몸을 더 어둡게 만들어 햇빛을 더 잘 흡수하고 더울 때는 밝은색을 띠어 열을 덜 받는 방향으로 변하기도 한다.

즉 카멜레온의 색 변화는 배경을 복사하는 기능이 아니라 몸 상태를 조절하고 다른 카멜레온과 대화하는 기능이 더 강하다.

색이 바뀌는 원리

카멜레온은 피부에 물감을 저장해 두었다가 마음대로 꺼내 쓰는 것이 아니다.

카멜레온의 피부에는 여러 층의 특수한 세포가 있고 이 세포들이 빛을 흡수하거나 반사하면서 색이 달라진다.

먼저 노란색과 붉은색 계열의 색소를 가진 세포들이 있다.

이런 색소 세포는 피부의 기본 색을 만드는 데 관여한다.

그 아래에는 빛을 반사하는 세포인 이리도포어가 있다.

이리도포어 안에는 구아닌이라는 물질로 이루어진 아주 작은 나노 결정들이 배열되어 있다.

이 나노 결정들은 작은 거울처럼 빛을 반사한다.

중요한 것은 결정 사이의 간격이다.

카멜레온이 안정된 상태일 때는 결정들이 비교적 촘촘하게 배열되어 짧은 파장의 빛이 더 많이 반사된다.

이때 반사된 푸른빛이 위쪽의 노란색 색소와 섞이면 우리 눈에는 초록색처럼 보인다.

반대로 흥분하거나 다른 수컷을 만났을 때는 결정 사이의 간격이 넓어지면서 더 긴 파장의 빛이 반사된다.

그러면 노란색과 주황색과 붉은색이 강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카멜레온의 색 변화는 단순히 색소를 펼치고 접는 방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피부 안의 아주 작은 결정 구조가 빛을 어떤 파장으로 반사하느냐가 핵심이다.

이것은 비눗방울이나 기름막이 각도에 따라 다른 색으로 보이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색소가 만드는 색과 빛의 반사가 만드는 구조색이 합쳐져 카멜레온 특유의 복잡한 색이 만들어진다.

또 카멜레온 피부에는 멜라닌을 가진 세포도 있다.

멜라닌은 어두운 색을 만드는 색소다.

멜라닌이 피부 위쪽으로 퍼지면 몸이 더 어둡게 보이고 아래쪽으로 모이면 상대적으로 밝게 보인다.

이 과정은 체온 조절과도 연결된다.

어두운 색은 햇빛을 더 많이 흡수하고 밝은 색은 상대적으로 열을 덜 흡수한다.

카멜레온은 포유류처럼 몸 안에서 일정한 체온을 계속 유지하는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색 변화가 온도 조절에 꽤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수컷과 암컷의 차이

카멜레온은 종마다 차이가 크지만 대체로 수컷이 암컷보다 더 화려한 경우가 많다.

특히 팬서카멜레온 같은 종에서는 수컷이 파랑색과 초록색과 노란색과 붉은색을 강하게 드러내며 지역에 따라 색 조합도 크게 달라진다.

반면 암컷은 갈색이나 연한 주황색이나 분홍빛처럼 비교적 차분한 색을 띠는 경우가 많다.

수컷이 더 화려한 이유는 경쟁과 구애 때문이다.

수컷은 다른 수컷을 만났을 때 자신의 힘과 상태를 색으로 드러낼 수 있다.

색이 빠르게 변하고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개체는 상대에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암컷에게도 색은 중요한 신호가 된다.

수컷의 색 변화는 건강 상태나 흥분 상태나 구애 의도를 보여주는 표시가 될 수 있다.

암컷도 색으로 신호를 보낸다.

짝짓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때와 이미 알을 가진 상태일 때의 색이 달라지는 종이 있다.

수컷이 접근했을 때 암컷이 어두운색이나 강한 무늬를 보이면 거부 신호가 될 수 있다.

그러니까 카멜레온의 색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서로의 상태를 알려주는 언어에 가깝다.

몸의 형태도 수컷과 암컷이 다를 수 있다.

어떤 종은 수컷이 더 크고 머리의 볏이나 뿔 같은 구조가 더 발달한다.

베일드카멜레온은 수컷의 머리 볏이 더 크고 뒷발에 작은 돌기인 박차가 나타나는 것으로 성별을 구분하기도 한다.

잭슨카멜레온처럼 수컷에게 뿔이 뚜렷하게 발달하는 종도 있다.

다만 모든 종이 같은 방식으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아니므로 카멜레온의 암수 차이는 종별로 따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카멜레온의 색 변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이 능력이 단순히 숨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카멜레온은 피부 속 색소와 나노 결정과 멜라닌을 이용해 빛을 다루고 몸의 온도를 조절하며 다른 개체에게 신호를 보낸다.

사람이 보기에는 마법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피부 구조와 행동과 생존 전략이 정교하게 맞물린 결과다.

카멜레온은 주변 색을 따라 하는 동물이라기보다 자기 몸의 색을 이용해 말하고 조절하고 살아남는 동물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