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는 왜 이렇게 똑똑할까
까마귀는 그냥 시끄럽게 우는 검은 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동물 지능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새다.
도구를 쓰고 사람 얼굴을 기억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같은 무리에게 위험한 정보를 전달하는 모습까지 관찰된다.
그래서 까마귀는 새 중에서 가장 영리한 무리 중 하나로 자주 언급된다.
까마귀의 지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는 도구 사용이다.
특히 뉴칼레도니아까마귀는 나뭇가지나 잎줄기를 다듬어 벌레를 꺼내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단순히 우연히 막대기를 집어 넣는 수준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도구를 고르고 도구를 다시 가공하기도 한다.
짧은 도구로 긴 도구를 꺼낸 뒤 그 긴 도구로 먹이를 얻는 실험도 성공했다.
이것은 눈앞의 물건 하나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도구와 도구 사이의 관계를 어느 정도 이해한다는 뜻이다.
까마귀는 물체의 성질도 꽤 잘 구분한다.
물이 든 통 안에 먹이가 떠 있을 때 돌을 떨어뜨려 수위를 올리는 실험에서 뉴칼레도니아까마귀는 가라앉는 물체와 뜨는 물체를 구별하고 물이 아닌 모래가 든 통에서는 같은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어느 정도 구분했다.
물론 사람처럼 물리 법칙을 말로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행동을 하면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 경험으로만 막 찍어 맞히는 수준을 넘어 꽤 정교하게 판단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람 얼굴을 기억하는 까마귀
까마귀가 무서운 이유는 기억력에도 있다.
야생 아메리카까마귀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까마귀가 자신에게 위협이 된 사람의 얼굴을 빠르게 학습하고 오랫동안 기억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연구자들이 특정 가면을 쓰고 까마귀를 포획한 뒤 시간이 지나 같은 가면을 쓰고 다시 나타나자 까마귀들이 경계하고 소리를 내며 반응했다.
중요한 점은 단순히 사람이라는 큰 범주를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특정 얼굴을 위험한 대상으로 구분한다는 것이다.
이 능력은 까마귀의 사회생활과도 연결된다.
까마귀는 혼자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개체에게 위험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위험한 사람을 본 까마귀가 소리를 내면 주변 까마귀도 함께 경계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직접 잡힌 적 없는 개체까지 특정 얼굴에 반응할 수 있다.
사람 입장에서는 까마귀가 뒤끝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까마귀 입장에서는 위험한 대상을 오래 기억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한 전략이다.
까마귀가 거울 속 자신을 알아보는지도 흥미로운 주제다.
다만 이 부분은 조금 조심해서 말해야 한다.
까마귀과에 속하는 유라시아까치는 거울 테스트에서 자기 몸의 표시를 알아보고 제거하려는 행동을 보인 연구가 있다.
그래서 까마귀과 새들이 높은 수준의 인지 능력을 가졌다는 근거로 자주 언급된다.
하지만 까마귀류 전체가 모두 거울 속 자신을 알아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송장까마귀를 대상으로 한 거울 표식 실험에서는 자기인식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결과도 있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까마귀과에는 거울 자기인식 가능성을 보인 종이 있지만 까마귀가 모두 거울 속 자신을 알아본다고 단정하면 안 된다.
뇌가 작은데 어떻게 똑똑할까
까마귀의 뇌는 사람이나 원숭이에 비하면 훨씬 작다.
그래서 몸집이 작은 새가 어떻게 이렇게 복잡한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이상하게 느껴진다.
비밀은 뇌의 크기만이 아니라 뇌 안에 들어 있는 신경세포의 밀도에 있다.
새의 뇌는 포유류의 뇌와 구조가 다르지만 특히 까마귀와 앵무새 같은 새들은 앞뇌에 많은 신경세포가 촘촘하게 들어 있다.
뇌의 전체 크기는 작아도 실제로 정보를 처리하는 세포가 매우 조밀하게 배치되어 있는 것이다.
작은 스마트폰 안에 고성능 칩이 들어가면 큰 기계 못지않은 계산을 할 수 있는 것처럼 까마귀의 뇌도 작지만 효율적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까마귀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서로를 알아보고 먹이를 숨기고 다른 개체가 보는지 살피며 위험 정보를 기억한다.
이런 생활은 머리를 많이 쓰게 만든다.
먹이를 찾는 능력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위험한지 누가 먹이를 숨겼는지 어떤 장소에 다시 가야 하는지까지 기억해야 한다.
까마귀의 지능은 도구 사용 하나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복잡한 환경과 사회생활 속에서 만들어진 결과에 가깝다.
반짝이는 물건을 정말 좋아한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다.
까마귀나 까치가 보석이나 동전을 훔쳐 간다는 말은 오래된 이야기처럼 전해진다.
하지만 연구 결과를 보면 반짝이는 물건을 무조건 좋아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까치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반짝이는 물건에 특별히 끌린다는 증거가 뚜렷하지 않았고 오히려 낯선 물건을 경계하는 반응이 나타났다.
사람들이 반짝이는 물건을 가져가는 장면만 더 잘 기억해서 이야기가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까마귀가 호기심 많은 동물이라는 것은 맞다.
낯선 물건을 살펴보고 먹이가 될 만한지 확인하고 장난처럼 만지는 행동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곧 보석이나 반짝이는 물건을 본능적으로 수집한다는 뜻은 아니다.
까마귀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반짝임보다 먹이와 안전과 사회적 정보다.
까마귀가 흥미로운 이유는 사람과 닮은 방식으로 생각해서가 아니다.
새의 몸과 새의 뇌를 가지고도 도구를 쓰고 얼굴을 기억하고 물체의 관계를 이해하며 복잡한 사회생활을 한다는 점이 특별하다.
까마귀는 검은 깃털 때문에 불길한 새로 오해받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자연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난 생물이다.
작은 뇌와 날개 달린 몸으로도 충분히 영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동물이 바로 까마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