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빠른 새 송골매는 왜 특별할까
가장 빠른 새를 말할 때 거의 항상 등장하는 새가 있다. 바로 송골매다. 송골매는 평소에 날아다닐 때도 빠른 새지만 진짜 속도는 사냥할 때 나온다. 높은 곳에서 먹이를 향해 급강하하는 순간 송골매는 시속 300km가 넘는 속도에 도달할 수 있다. 그래서 송골매는 단순히 빠른 새가 아니라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로도 자주 언급된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송골매가 항상 그 속도로 나는 것은 아니다. 평소 이동하거나 먹이를 쫓을 때의 속도와 급강하할 때의 속도는 다르다. 송골매가 가장 빠른 새라고 불리는 이유는 수평으로 계속 나는 속도 때문이 아니라 높은 곳에서 몸을 접고 떨어지듯 내려오는 사냥 비행 때문이다. 이 급강하를 영어로는 스투프라고 한다.
송골매는 공중에서 새를 사냥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몸은 날렵하고 날개는 길고 뾰족하며 꼬리는 방향을 조절하기 좋게 발달했다. 먹이를 발견하면 높은 곳에서 빠르게 내려오며 발로 충격을 주거나 방향을 틀어 공중에서 제압한다. 도시에서도 송골매가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높은 건물이 절벽 역할을 하고 비둘기 같은 새가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자연 절벽에서 사냥하던 방식이 도시의 고층 건물에서도 어느 정도 통하는 것이다.
흰매와 황조롱이와 송골매는 무엇이 다를까
흰매는 보통 Gyrfalcon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며 세계에서 가장 큰 매 종류로 알려져 있다. 북극권과 그 주변의 추운 지역에서 살고 흰색과 회색과 어두운색 형태가 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새하얀 흰매는 그중에서도 흰색형에 가깝다. 흰매는 송골매처럼 극단적인 급강하 속도로 유명하다기보다 큰 몸집과 강한 힘으로 주목받는다. 뇌조나 물새 같은 먹이를 쫓아가 잡으며 북극의 넓은 지형에서 살아가는 강한 사냥꾼이다.
황조롱이는 송골매나 흰매보다 훨씬 작고 친숙한 매다. 황갈색 등에 검은 반점이 있고 들판이나 길가 위에서 제자리비행을 하는 모습으로 잘 알려져 있다. 황조롱이는 공중에 멈춘 것처럼 떠 있으면서 머리는 거의 고정한 채 아래를 살핀다. 그러다 들쥐나 작은 동물이나 곤충을 발견하면 아래로 떨어져 사냥한다. 송골매가 공중의 새를 빠르게 추격하는 사냥꾼이라면 황조롱이는 열린 땅 위에서 작은 먹이를 찾아내는 정밀한 관찰자에 가깝다.
세 종류를 비교하면 차이가 더 분명해진다. 송골매는 속도와 공중 사냥이 강점이다. 흰매는 큰 몸집과 힘이 강점이다. 황조롱이는 작은 몸과 제자리비행을 이용한 탐색 능력이 강점이다. 모두 매과에 속하지만 살아가는 환경과 사냥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몸의 느낌도 다르게 발달했다.
매의 얼굴을 보면 눈 밑에 검은 줄이 내려와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송골매의 얼굴에서는 이 검은 무늬가 매우 뚜렷하다. 이 부분은 보통 말라 스트라이프 또는 콧수염 무늬처럼 설명된다. 이 검은 무늬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햇빛의 눈부심을 줄이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운동선수들이 눈 밑에 검은 칠을 하는 것과 비슷하게 밝은 하늘에서 반사되는 빛을 줄이고 먹이를 더 잘 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햇빛이 강한 지역의 송골매일수록 이 검은 무늬가 더 넓고 진한 경향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송골매는 과거부터 사람에게도 특별한 새였다. 매사냥에서는 길들인 매를 이용해 꿩이나 오리 같은 새를 사냥했다. 송골매는 빠르고 훈련이 가능하며 공중 사냥 능력이 뛰어나 매사냥에 쓰인 대표적인 새 중 하나였다. 매사냥은 단순히 새를 풀어놓는 일이 아니라 매를 다루는 사람과 먹이를 몰아주는 사람과 매의 움직임을 살피는 사람이 함께 움직이는 기술이었다.
여기서 나온 말이 바로 시치미다. 시치미는 사냥매의 주인을 표시하기 위해 매에 달아두던 이름표를 말한다. 전통적으로는 소뿔 같은 재료를 작게 갈아 이름을 새겨 달았다고 한다. 귀한 사냥매를 잃어버렸을 때 누가 주인인지 확인하기 위한 표시였던 셈이다. 그런데 누군가 남의 매에서 시치미를 떼어 버리면 그 매가 누구의 것인지 알기 어려워진다. 여기서 나온 표현이 우리가 지금도 쓰는 시치미를 떼다라는 말이다. 알고도 모르는 척하거나 자기 일이 아닌 척한다는 뜻이 매사냥 문화에서 나온 것이다.
송골매가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빠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하늘에서 가장 극단적인 속도를 내는 사냥 기술을 가지고 있고 얼굴의 검은 무늬까지 사냥에 맞게 발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 사람은 오래전부터 그 능력을 알아보고 매사냥에 이용했으며 시치미라는 말까지 남겼다. 송골매는 빠른 새인 동시에 인간의 언어와 문화 속에도 흔적을 남긴 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