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바다오리는 왜 펭귄처럼 생겼을까
코뿔바다오리를 처음 보면 펭귄을 떠올리기 쉽다. 검은 등과 하얀 배를 가지고 있고 몸은 동글동글하며 서 있는 모습도 어딘가 비슷해 보인다. 물속에서 물고기를 잡아먹는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같은 무리의 새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코뿔바다오리와 펭귄은 가까운 친척이 아니다. 코뿔바다오리의 학명은 Fratercula arctica이고 바다쇠오리과에 속한다. 반면 펭귄은 펭귄과에 속하는 전혀 다른 무리의 새다. 사는 곳도 다르다. 코뿔바다오리는 북대서양의 바다와 섬에서 살고 펭귄은 대부분 남반구에 산다. 그런데도 둘이 닮아 보이는 이유는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가다 보니 몸이 비슷한 방향으로 발달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수렴 진화라고 한다. 수렴 진화는 가까운 친척이 아닌 생물들이 비슷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서로 닮은 특징을 갖게 되는 것을 말한다. 물속에서 빠르게 움직이며 물고기를 잡아야 한다는 공통점이 두 새를 비슷하게 보이게 만든 것이다.
비슷해 보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코뿔바다오리와 펭귄은 둘 다 바다에서 먹이를 잡는다. 둘 다 물고기를 쫓아 잠수하고 물속에서 움직이기 좋도록 몸이 둥글고 단단한 편이다. 코뿔바다오리는 공중에서는 작은 날개를 매우 빠르게 저어 날지만 물속에 들어가면 그 날개를 강한 노처럼 사용해 물고기를 잡는다. 펭귄도 날개를 지느러미처럼 써서 물속을 헤엄친다. 하늘에서 나는 새와 물속에서 나는 새라는 차이는 있지만 둘 다 날개를 이용해 물속을 이동한다는 점은 같다.
색깔도 비슷하다. 코뿔바다오리와 펭귄은 모두 위쪽은 어둡고 아래쪽은 밝다. 이런 색 배치를 대조 음영이라고 한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검은 등이 어두운 바닷물과 섞여 보이고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하얀 배가 밝은 수면과 비슷해 보여 몸을 숨기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가 보기에는 턱시도처럼 귀엽게 느껴지는 무늬지만 사실은 바다에서 살아가기 위한 위장색에 가깝다.
또 둘 다 육지에서는 약간 어색하고 물속에서는 훨씬 능숙해 보인다. 코뿔바다오리는 땅 위에서 곧게 서고 몸이 통통해 보여 펭귄 같은 인상을 준다. 실제로 조류의 몸 형태를 비교한 연구에서는 퍼핀과 다른 바다쇠오리류가 펭귄과 비슷한 몸 형태를 가지게 되었고 부리와 몸과 날개가 모두 물속에서 물고기를 잡는 생활에 맞게 발달했다고 설명한다. 서로 다른 곳에서 따로 진화했지만 비슷한 생활을 하다 보니 비슷한 답에 도달한 셈이다.
닮았지만 같은 새는 아니다
비슷한 점이 많아도 차이는 분명하다. 가장 큰 차이는 코뿔바다오리는 날 수 있지만 펭귄은 날 수 없다는 것이다. 코뿔바다오리는 날개가 짧아서 공중에서 날기 편한 몸은 아니지만 그래도 빠르게 날 수 있다. 반대로 펭귄의 날개는 완전히 수중 생활에 맞게 바뀌어 공중 비행은 할 수 없고 물속에서만 훨씬 강한 힘을 낸다. 코뿔바다오리가 날기와 잠수를 둘 다 해내야 하는 새라면 펭귄은 날기를 포기한 대신 수영에 더 깊게 특화된 새라고 볼 수 있다.
부리도 매우 다르다. 코뿔바다오리는 번식기가 되면 주황색과 노란색이 섞인 크고 화려한 부리를 가지는데 이 때문에 바다의 앵무새나 바다의 광대라고 불리기도 한다. 반면 펭귄의 부리는 종마다 다르지만 코뿔바다오리처럼 둥글고 화려한 부리를 가진 모습은 아니다. 얼굴 인상도 그래서 크게 달라진다. 펭귄이 단정하고 매끈한 느낌이라면 코뿔바다오리는 훨씬 장난스럽고 개성 있는 얼굴을 가지고 있다.
생활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코뿔바다오리는 북대서양의 섬과 해안 절벽에서 굴을 파고 번식하며 그 외의 계절에는 바다에서 지낸다. 펭귄도 바다에서 먹이를 잡고 육지에서 번식하지만 살아가는 지역과 번식 환경은 종에 따라 매우 다르다. 둘이 닮은 것은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기 때문이 아니라 바다라는 비슷한 환경이 비슷한 몸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뿔바다오리를 볼 때는 단순히 작은 펭귄처럼 생겼다고만 생각하기보다 서로 먼 친척인 새들도 비슷한 삶을 살면 비슷한 모습이 될 수 있다는 예로 보면 더 흥미롭다. 펭귄과 코뿔바다오리는 같은 길을 걸어온 새는 아니지만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살아가기 위해 각자 비슷한 답을 찾아낸 새들이다. 겉모습이 닮았다는 것은 언제나 혈연관계를 뜻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그 생물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흔적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