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개구리는 왜 몸이 투명할까

유리개구리를 처음 보면 몸속이 훤히 보이는 모습이 너무 눈에 띄어서 오히려 살아남기 불리할 것처럼 느껴진다. 배 쪽 피부를 통해 심장과 간과 장까지 보이는데 포식자에게 자신을 광고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유리개구리의 투명한 몸은 약점이라기보다 몸을 숨기기 위한 방식에 가깝다.

유리개구리는 완전히 유리처럼 투명한 동물은 아니다. 등은 잎과 비슷한 초록색이고 배와 다리 일부가 반투명하다. 낮에는 잎 뒷면에 붙어서 쉬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반투명한 다리가 잎 색과 자연스럽게 섞이며 몸의 윤곽을 흐리게 만든다. 포식자는 색만 보는 것이 아니라 생물의 경계와 그림자도 찾는다. 몸의 가장자리가 또렷하면 잎 위에 개구리 모양이 드러나지만 유리개구리는 경계가 부드럽게 풀려 보여 잎의 일부처럼 보이기 쉬워진다. 실제로 연구에서는 반투명한 모형이 불투명한 모형보다 새에게 덜 공격받았고 유리개구리의 투명함이 위장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우리 눈에는 속이 보이는 것이 먼저 느껴지지만 숲속에서는 오히려 덜 개구리처럼 보이게 해 주는 셈이다.

잘 때 더 투명해지는 이유

유리개구리의 몸이 더 신기한 이유는 잘 때 투명함이 더 강해진다는 점이다. 척추동물은 피 속의 적혈구가 붉은색을 띠기 때문에 몸을 투명하게 만들기가 어렵다. 그런데 유리개구리는 쉬고 있을 때 순환하던 적혈구의 약 80퍼센트에서 90퍼센트를 간 속으로 몰아넣는다. 그 결과 몸은 활동할 때보다 두세 배 더 투명해진다. 간에는 빛을 반사하는 결정이 있어서 모여든 적혈구가 바깥에서 덜 보이게 가려진다. 깨어나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적혈구는 다시 온몸으로 퍼진다. 이렇게 많은 적혈구를 한곳에 모아 두고도 혈전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연구자들은 사람의 혈액 응고 질환을 이해하는 데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적혈구를 간에 몰아넣고 있으면 체온은 어떻게 유지할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개구리는 사람처럼 몸속에서 열을 만들어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동물이 아니다. 개구리는 변온동물이라 주변 온도와 햇빛과 그늘과 수분 같은 외부 환경에 크게 의존해 체온을 조절한다. 그래서 적혈구를 잠시 줄인다고 해서 사람처럼 체온 유지가 바로 무너지는 식으로 보기는 어렵다. 대신 적혈구는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하므로 쉬는 동안 산소 운반이 줄어드는 문제는 남는다. 연구자들은 유리개구리가 쉬는 동안 대사율을 크게 낮춰 버틸 가능성을 말하지만 그 세부 원리는 아직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다. 즉 체온 문제보다는 적은 산소로 어떻게 버티는지가 더 흥미로운 수수께끼에 가깝다.

새끼는 어디에서 태어나고 언제부터 투명할까

유리개구리는 물속에 바로 알을 낳는 개구리와 조금 다르다. 많은 종이 개울이나 강 위로 늘어진 잎에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올챙이는 아래의 물로 떨어져 들어가고 그곳에서 자란다. 이 방식은 물속 포식자를 피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대신 알은 말라 죽거나 기생 파리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일부 종에서는 어미나 아비가 알 곁에 머물며 수분을 공급하거나 포식자로부터 지키는 행동도 보인다. 특히 어떤 종의 수컷은 오랫동안 알을 지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제부터 지금처럼 투명해지는지는 생각보다 단순하게 말하기 어렵다. 유리개구리라는 이름은 주로 성체의 반투명한 피부에서 나온 것이고 종마다 투명한 정도도 다르다. 변태를 마친 뒤에는 성체와 비슷한 반투명한 특징을 보이지만 모든 종에서 정확히 어느 시점부터 성체 수준의 투명함이 완성되는지까지는 충분히 정리된 자료가 많지 않다. 다만 유리개구리과의 중요한 특징 자체가 배 쪽 피부의 투명함이기 때문에 물속에서 사는 올챙이 시기를 지나 나뭇잎 위에서 살아가는 어린 개구리 단계가 되면 투명한 피부가 생존에 더 직접적으로 쓰이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어른 유리개구리가 낮에 잎 위에서 쉬며 몸을 숨기는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유리개구리에게는 투명함 말고도 흥미로운 점이 많다. 대부분 크기가 작고 나무 위에서 살며 주로 밤에 활동한다. 눈이 앞으로 튀어나와 있고 발끝에는 잎을 붙잡기 좋은 흡반이 있다. 또 암컷의 몸을 아래에서 보면 뱃속의 알까지 보이는 경우가 있다. 어떤 종은 등에 있는 점무늬가 알과 비슷하게 보여 포식자를 헷갈리게 할 가능성도 제기되어 왔다. 겉으로는 연약하고 이상하게 생긴 개구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잎 위에서 보이지 않기 위해 몸 전체를 정교하게 바꿔 온 동물인 것이다.

유리개구리의 투명한 몸은 속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덜 보이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낮에는 잎 위에서 형태를 흐리고 잘 때는 피까지 감춰 더 투명해진다. 우리 눈에는 신기하고 불리해 보이는 특징도 숲속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꽤 영리한 답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