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들개와 땅늑대와 하이에나는 얼마나 비슷한 동물일까
아프리카들개와 땅늑대와 하이에나는 모두 아프리카에 살고 귀가 크며 주둥이가 길어서 얼핏 보면 비슷한 동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세 동물의 관계를 살펴보면 의외의 결과가 나온다. 아프리카들개는 이름 그대로 개과에 속하지만 땅늑대는 늑대가 아니라 하이에나과에 속한다. 점박이하이에나 역시 하이에나과 동물이다.
따라서 땅늑대와 하이에나는 아프리카들개보다 서로 더 가까운 친척이다. 하이에나는 외형이 개와 비슷하지만 분류상으로는 개보다 고양이와 몽구스가 포함된 계통에 더 가깝다. 서로 다른 계통의 동물들이 아프리카의 초원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움직이며 살아가다 보니 긴 다리와 큰 귀와 길쭉한 얼굴처럼 비슷한 외형이 나타난 것이다.
같은 초원에 살지만 먹는 것은 전혀 다르다
아프리카들개는 무리를 이루어 사냥하는 개과의 포식자다. 몸에는 검은색과 갈색과 흰색 무늬가 불규칙하게 섞여 있으며 같은 무늬를 가진 개체는 거의 없다. 사람의 지문처럼 털무늬를 이용해 개체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다. 귀는 둥글고 크며 몸은 가늘고 다리는 길다.
아프리카들개는 주로 임팔라와 가젤 같은 중간 크기의 초식동물을 사냥한다. 한 마리가 힘으로 먹이를 쓰러뜨리기보다는 여러 마리가 역할을 나누어 끈질기게 추격한다. 사자가 숨어 있다가 짧은 거리에서 덮치는 방식에 가깝다면 아프리카들개는 먹이가 지칠 때까지 달리는 장거리 추격에 특화되어 있다.
발의 구조도 일반적인 개와 조금 다르다. 대부분의 개과 동물은 앞발에 며느리발톱을 포함한 다섯 번째 발가락이 있지만 아프리카들개는 네 개의 발가락만 가지고 있다. 단순해진 발은 빠르게 달리고 긴 거리를 이동하는 생활과 관련된 특징으로 여겨진다.
무리 생활도 매우 협력적이다. 사냥에 참여하지 못한 새끼나 다친 구성원에게 먹이를 토해 나누어 주는 행동이 나타난다. 먹이를 두고 무리 안에서 계속 싸우기보다는 새끼가 먼저 먹도록 두는 경우도 있다. 아프리카들개에게 무리는 단순히 함께 사냥하는 집단이 아니라 번식과 새끼 양육과 생존을 함께 담당하는 하나의 조직에 가깝다.
땅늑대는 이름만 보면 작은 늑대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현존하는 하이에나과 동물 네 종 가운데 하나다. 점박이하이에나보다 훨씬 작고 몸에는 검은 줄무늬가 있으며 목과 등을 따라 긴 갈기가 자란다. 위협을 느끼면 갈기를 곤두세워 실제보다 몸을 크게 보이게 만든다.
더 특이한 점은 땅늑대가 큰 동물을 사냥하거나 뼈를 부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땅늑대가 먹는 것은 거의 대부분 흰개미다. 밤이 되면 땅 위로 나온 흰개미를 넓고 끈적한 혀로 핥아 먹으며 하룻밤 동안 수십만 마리를 먹기도 한다.
개미핥기처럼 흰개미집을 힘으로 부수지 않는다는 점도 흥미롭다. 흰개미집을 파괴하지 않고 밖으로 나온 개체만 먹기 때문에 같은 장소를 반복해서 이용할 수 있다. 고기를 잘라 먹을 필요가 줄어들면서 어금니도 다른 하이에나보다 작고 단순해졌다. 육식동물의 조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혀로 곤충을 먹는 방향으로 크게 달라진 것이다.
사냥법과 무리 생활도 서로 다르다
점박이하이에나는 죽은 동물만 찾아다니는 청소동물로 오해받기 쉽지만 실제로는 직접 사냥도 매우 잘한다. 영양과 얼룩말과 누 같은 동물을 추격해 잡으며 상황에 따라 다른 포식자가 잡은 먹이를 빼앗거나 사체를 먹기도 한다. 직접 사냥과 청소를 모두 이용하는 기회주의적인 포식자에 가깝다.
점박이하이에나의 머리는 크고 목은 굵으며 앞다리가 뒷다리보다 길어서 등이 뒤쪽으로 내려가는 것처럼 보인다. 강한 턱과 이빨로 다른 포식자가 남긴 단단한 뼈까지 부술 수 있다. 뼈 안에 있는 골수와 뼛조각까지 먹을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의 사체에서 얻는 영양분이 많다. 털과 뿔처럼 소화하기 어려운 부분은 나중에 뭉쳐 토해 내기도 한다.
사회 구조는 아프리카들개와 비슷하게 복잡하지만 운영 방식은 다르다. 점박이하이에나는 클랜이라고 부르는 큰 집단을 만들며 암컷이 수컷보다 크고 높은 지위를 차지한다. 새끼는 어미의 서열을 이어받는 경향이 있고 높은 서열의 개체는 먹이와 번식 기회를 얻는 데 유리하다.
하이에나의 웃음소리도 정말 즐거워서 웃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웃음처럼 들리는 높은 소리는 긴장하거나 흥분했을 때 또는 우위에 있는 개체에게 복종할 때 주로 나온다. 소리에는 개체의 나이와 신분과 정체를 구분할 수 있는 정보도 담겨 있다. 멀리까지 들리는 울음소리로 흩어진 동료를 부르거나 영역을 알리기도 한다.
반면 땅늑대는 대형 무리를 만들어 함께 사냥할 이유가 없다. 흰개미는 한 장소에서 먹을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 있어서 여러 마리가 함께 모이면 오히려 경쟁이 심해진다. 그래서 짝과 영역을 공유하더라도 먹이를 찾을 때는 혼자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같은 하이에나과라도 점박이하이에나는 무리를 이용해 큰 먹이를 얻고 땅늑대는 혼자 흰개미를 찾는 쪽으로 달라진 것이다.
아프리카들개와 점박이하이에나는 같은 지역에서 같은 초식동물을 노리기 때문에 서로 경쟁하기도 한다. 아프리카들개가 잡은 먹이를 하이에나가 빼앗으려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며 들개의 수가 많으면 반대로 하이에나를 몰아내기도 한다. 두 동물 모두 집단생활을 하지만 아프리카들개는 무리 안의 협력이 특히 강하고 점박이하이에나는 서열과 경쟁이 더 뚜렷하다.
세 동물의 가장 큰 차이는 결국 무엇을 먹도록 진화했는지에서 나온다. 아프리카들개는 빠른 다리와 팀워크를 이용하는 추격 사냥꾼이다. 점박이하이에나는 강한 턱과 복잡한 사회를 이용해 사냥과 청소를 모두 해내는 포식자다. 땅늑대는 하이에나의 친척이면서도 강한 턱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긴 혀로 흰개미를 먹는 곤충 전문가가 되었다.
겉모습만 보면 세 동물 모두 비슷한 아프리카의 야생 개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들개는 진짜 개과 동물이고 땅늑대는 이름과 달리 하이에나이며 점박이하이에나는 개보다 고양이 쪽 계통에 가까운 동물이다.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도 먹이와 사냥 방식이 달라지면 몸과 사회생활까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달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동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