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는 왜 콩알만 한 아기를 낳을까
캥거루 새끼를 처음 보면 조금 충격적이다. 우리가 상상하는 아기 동물의 모습과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캥거루 새끼는 털도 거의 없고 눈도 뜨지 못하며 뒷다리도 제대로 발달하지 않았다. 몸은 분홍빛이고 머리와 앞다리만 상대적으로 도드라져 보인다. 큰 캥거루에서 태어났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작다.
붉은캥거루 같은 대형 캥거루도 새끼는 임신 약 한 달 뒤에 태어난다. 태어날 때 몸길이는 몇 센티미터 정도이고 무게는 1그램 안팎으로 설명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 눈에는 거의 콩알이나 젤리빈 같은 크기다. 그런데 이렇게 작고 미성숙한 새끼가 태어나자마자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어미의 배를 타고 주머니까지 올라가는 일이다.
이 장면이 가장 신기하다. 새끼는 눈도 안 보이고 뒷다리도 제대로 쓰지 못하지만 앞다리는 비교적 발달해 있다. 작은 앞발로 어미의 털을 붙잡고 조금씩 기어 올라간다. 어미가 혀로 배 쪽을 핥아 길을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새끼를 입으로 집어 주머니에 넣어 주는 것은 아니다. 새끼는 스스로 주머니 안으로 들어가 젖꼭지를 찾아 붙는다.
젖꼭지에 붙은 뒤에는 사실상 그곳이 두 번째 자궁이 된다. 새끼는 한동안 젖꼭지에 단단히 매달린 채 자란다. 처음에는 젖을 스스로 빠는 힘도 부족하기 때문에 어미의 젖샘이 새끼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젖을 공급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눈이 뜨이고 털이 나고 다리가 자라며 우리가 아는 캥거루 새끼의 모습에 가까워진다. 결국 캥거루는 자궁 안에서 오래 키우는 대신 아주 이른 시기에 출산하고 나머지 성장을 주머니와 젖으로 이어 가는 동물이라고 볼 수 있다.
왜 유대류는 새끼를 그렇게 일찍 낳을까
유대류가 작은 새끼를 낳는 이유를 단순히 주머니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 조금 부족하다. 주머니는 결과이자 도구일 뿐이고 더 깊은 이유는 유대류의 임신 방식과 태반 구조와 에너지 사용 방식에 있다.
먼저 유대류도 태반이 있다. 흔히 태반동물만 태반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유대류도 임신 중 태아와 어미 사이에서 영양분과 신호를 주고받는 태반을 만든다. 다만 많은 유대류의 태반은 태반동물처럼 오랫동안 깊게 연결되어 태아를 크게 키우는 방식이 아니다.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작동하고 임신 기간도 매우 짧다. 그래서 태아는 어미의 자궁 안에서 완전히 자라기 전에 밖으로 나온다.
여기에는 면역학적인 문제도 연결된다. 태아는 어미 몸 안에 있지만 유전적으로는 어미와 완전히 같은 존재가 아니다. 절반은 아비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미의 면역계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낯선 존재다. 태반동물은 복잡한 태반과 면역 조절 장치를 이용해 이 문제를 오랫동안 관리하면서 임신을 지속한다. 반면 유대류는 태아를 오래 자궁 안에 머물게 하기보다 빨리 밖으로 내보낸 뒤 젖을 통해 키우는 쪽으로 진화했다. 자궁 안에서 긴 협상을 하는 대신 젖꼭지에 붙인 뒤 성장시키는 방식에 가까운 것이다.
에너지 사용 방식도 다르다. 태반동물은 임신 중 태아에게 많은 에너지를 직접 보내야 한다. 새끼가 자궁 안에서 커질수록 어미는 몸속에서 무거운 짐을 오래 품어야 하고 이동이나 먹이 부족에 더 큰 부담을 받는다. 유대류는 임신 기간이 짧기 때문에 초기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 대신 출산 후 젖을 통해 긴 시간 에너지를 공급한다. 말하자면 유대류는 투자를 임신보다 수유 쪽으로 많이 옮긴 동물이다.
이 방식은 불안정한 환경에서 장점이 될 수 있다. 가뭄이 오거나 먹이가 부족하면 몸속에 큰 태아를 오래 품는 것은 어미에게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작은 새끼를 일찍 낳고 젖으로 키우는 방식은 어미가 상황에 따라 에너지 투자를 조절하기 쉽다. 물론 새끼 입장에서는 위험하다. 태어난 직후 주머니까지 올라가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고 주머니 안에서도 오랫동안 어미의 젖과 보호에 의존해야 한다. 그러니까 유대류의 방식은 완벽한 방식이 아니라 장점과 단점이 분명한 번식 전략이다.
주머니도 처음부터 캥거루처럼 완성된 가방 모양으로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유대류의 조상에게는 젖샘 주변의 피부 주름이나 새끼가 붙어 있기 좋은 구조가 있었을 것이다. 아주 작은 새끼는 젖꼭지에 오래 매달려 있어야 하므로 이 부위를 덮어 주고 보호하는 피부 주름은 생존에 도움이 되었을 수 있다. 그런 구조가 세대를 거치며 더 깊고 안정적인 주머니로 발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모든 유대류가 캥거루처럼 크고 완전히 닫힌 주머니를 가진 것은 아니다. 캥거루와 왈라비는 앞쪽으로 열리는 잘 발달한 주머니를 가지고 있다. 반대로 웜뱃처럼 굴을 파는 유대류는 주머니가 뒤쪽으로 열린다. 앞쪽으로 열려 있으면 땅을 팔 때 흙이 주머니 안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유대류는 완전한 주머니가 아니라 젖샘 주변의 피부 주름 정도만 가지고 있고 어떤 종은 번식기 때만 주머니 모양이 뚜렷해지기도 한다. 유대류라고 해서 모두 같은 가방을 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는 방식에 따라 주머니의 방향과 깊이와 발달 정도가 달라진다.
작은 새끼를 낳는 방식의 장점과 단점
캥거루의 번식 방식은 보기에는 미완성처럼 보인다. 너무 작은 새끼를 낳고 나머지는 주머니에서 키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꽤 정교하다.
가장 큰 장점은 어미가 임신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캥거루가 사는 지역은 먹이와 물이 항상 안정적인 곳만은 아니다. 비가 적고 풀이 부족한 시기가 오면 몸속에서 큰 새끼를 키우는 일은 위험해진다. 작은 새끼를 일찍 낳는 방식은 임신 자체의 부담을 줄이고 이후 수유 단계에서 에너지 투자를 조절할 수 있게 한다.
또 캥거루는 번식 타이밍을 놀라울 정도로 조절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배아 휴면이다. 암컷 캥거루는 이미 수정된 배아를 자궁 안에서 바로 크게 키우지 않고 발달을 잠시 멈춰 둘 수 있다. 주머니 안에 아직 어린 새끼가 있거나 환경이 좋지 않을 때는 배아가 기다린다. 그러다가 주머니 속 새끼가 자라서 자리를 비우거나 조건이 좋아지면 다시 발달이 시작된다. 이렇게 하면 어미는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음 새끼를 준비할 수 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젖이다. 캥거루는 서로 다른 성장 단계의 새끼에게 다른 성분의 젖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머니 안에는 아주 어린 새끼가 젖꼭지에 붙어 있고 주머니 밖에는 이미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젖을 먹는 큰 새끼가 있을 수 있다. 이때 어미는 각각 다른 젖샘에서 다른 조성의 젖을 만들 수 있다. 어린 새끼에게는 발달에 맞는 젖을 주고 큰 새끼에게는 더 성장한 몸에 필요한 젖을 주는 식이다. 같은 어미 몸에서 두 종류의 젖이 동시에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유대류 번식의 가장 신기한 특징 중 하나다.
하지만 단점도 뚜렷하다. 새끼가 너무 미성숙하게 태어나기 때문에 초기 생존은 매우 불안정하다. 주머니까지 올라가는 데 실패하면 끝이다. 젖꼭지에 제대로 붙지 못해도 살아남기 어렵다. 주머니 안은 따뜻하고 보호되는 공간이지만 완전히 안전한 곳은 아니다. 미생물이 있을 수 있고 어미가 다치거나 죽으면 새끼는 혼자 살아갈 방법이 거의 없다. 새끼는 체온 조절과 면역 방어도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어미의 젖과 주머니 환경에 크게 의존한다.
또 오래 젖을 먹이는 일은 어미에게도 큰 부담이다. 임신 부담은 줄어들지만 수유 부담은 길고 크다. 새끼가 커질수록 필요한 젖의 양과 에너지도 늘어난다. 환경이 나빠지면 어미의 몸 상태가 먼저 흔들리고 그 영향은 주머니 속 새끼에게 바로 이어진다. 그러니까 유대류의 방식은 공짜로 얻은 장점이 아니다. 임신 부담을 줄인 대신 출산 뒤 보호와 수유에 긴 시간을 투자하는 방식이다.
캥거루가 콩알만 한 새끼를 낳는 이유는 대충 낳고 주머니에 넣어 키우기 때문이 아니다. 짧은 임신과 주머니와 젖과 배아 휴면과 성장 단계별 젖 조절이 하나로 묶인 번식 전략이기 때문이다. 태반동물이 자궁 안에서 긴 시간을 들여 새끼를 키운다면 유대류는 자궁 밖의 주머니와 젖을 이용해 새끼를 완성해 간다.
그래서 유대류의 출산 방식은 덜 발달한 방식이 아니다. 태반동물과 다른 길을 선택한 방식이다. 작고 미성숙한 새끼를 낳는 일은 위험해 보이지만 유대류는 그 위험을 주머니와 젖과 발달 조절로 해결해 왔다. 캥거루의 주머니는 단순한 아기 가방이 아니라 자궁 밖에서 이어지는 성장실이다. 콩알만 한 새끼가 그 안에서 점점 캥거루가 되어 가는 과정은 유대류가 오랜 진화 속에서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성공적인 번식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