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의 뿔은 정말 뿔일까
기린을 보면 긴 목 다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이 머리 위의 작은 뿔이다. 그런데 기린의 머리 위에 있는 것은 소의 뿔이나 사슴의 뿔과는 조금 다르다. 정확한 이름은 오시콘이다.
오시콘은 태어날 때부터 있지만 처음부터 딱딱한 뼈는 아니다. 새끼 기린이 태어날 때는 아직 연골에 가까운 말랑한 상태이고 두개골에 단단히 붙어 있지도 않아서 머리 위에 납작하게 누워 있다. 만약 태어날 때부터 딱딱하게 솟아 있었다면 출산하는 과정에서 어미를 다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새끼가 자라면서 오시콘은 점점 뼈로 굳고 성체가 되면 두개골과 붙는다. 겉은 피부와 털로 덮여 있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털 난 뿔처럼 보이지만 안쪽은 뼈로 이루어진 구조물이다.
그렇다면 기린은 왜 이런 것을 가지고 있을까. 가장 잘 알려진 이유는 수컷끼리 싸울 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수컷 기린은 암컷을 두고 경쟁할 때 긴 목을 휘둘러 상대의 몸을 치는 넥킹이라는 싸움을 한다. 이때 머리의 무게가 클수록 타격이 강해지고 오시콘도 그 힘을 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이가 든 수컷은 머리 쪽에 칼슘이 더 쌓이기도 해서 더 무거운 타격을 줄 수 있다. 수컷 기린의 오시콘 끝이 암컷보다 더 벗겨져 보이는 것도 싸움 중 자주 부딪히기 때문이다. 체온 조절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가능성도 이야기되지만 지금까지 가장 분명하게 알려진 역할은 수컷들의 경쟁과 싸움 쪽이다.
긴 목을 가진 기린은 머리를 숙여도 괜찮을까
기린을 생각하면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긴다. 심장은 몸통에 있고 머리는 아주 높은 곳에 있는데 물을 마시려고 목을 아래로 내리면 피가 머리 쪽으로 한꺼번에 몰리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반대로 다시 머리를 들 때는 뇌로 가는 피가 갑자기 부족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실제로 기린은 뇌까지 피를 올리기 위해 매우 높은 혈압을 유지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머리를 숙인 채로 몇 분만 지나면 위험해진다는 식의 뚜렷한 시간 기준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최근 연구에서도 기린이 머리를 낮추면 혈압과 심박수에 변화가 생기지만 몸 안의 여러 장치가 그 변화를 완충한다고 보고했다. 목의 큰 정맥은 머리를 내릴 때 피를 잠시 저장하는 역할을 하고 혈관과 판막도 급격한 압력 변화를 줄이는 데 관여한다. 그래서 기린은 물을 마시려고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드는 행동을 할 수 있다. 오히려 물을 마실 때 더 큰 위험은 혈압 때문이라기보다 자세가 불편해 도망치기 어렵고 주변을 살피기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기린은 물을 마실 때 다리를 넓게 벌리고 경계심을 높이며 무리에서는 차례로 물을 마시는 모습도 보인다.
이렇게 눈에 띄는 새끼 기린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새끼 기린은 태어나자마자 약 2미터 높이에서 바닥으로 떨어진다. 어미가 선 채로 새끼를 낳기 때문이다. 사람의 눈에는 꽤 거칠게 느껴지지만 새끼 기린은 태어난 뒤 보통 한 시간 안에 일어서고 곧 걸을 수 있다. 포식자가 많은 초원에서 오래 누워 있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빨리 일어나는 능력 자체가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고 태어나자마자 어미를 따라 하루 종일 돌아다니는 것은 아니다. 처음 몇 주 동안 어미는 새끼를 빽빽한 식생 사이에 숨겨 두기도 한다. 새끼 기린은 어른보다 훨씬 포식자에게 취약하기 때문에 가만히 몸을 낮추고 숨어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람 눈에는 기린의 노란 몸과 갈색 무늬가 너무 눈에 띄어 보이지만 실제 초원에서는 생각보다 도움이 된다.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얼룩지게 떨어지는 환경에서는 무늬가 몸의 윤곽을 흐트러뜨려 새끼를 덜 눈에 띄게 만들 수 있다. 기린의 무늬는 단순히 예쁜 장식이 아니라 위장에 도움이 되고 각 무늬 아래에는 혈관이 발달해 체온 조절에도 관여한다. 실제로 새끼 기린의 무늬 모양은 생존률과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있다. 더 크고 둥근 무늬를 가진 새끼가 더 오래 살아남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기린은 멀리서 보면 길고 우아한 동물처럼만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몸의 거의 모든 부분이 살아남기 위한 방식과 연결되어 있다. 머리 위의 작은 오시콘도 그렇고 높은 곳에 있는 머리까지 피를 보내는 혈관도 그렇고 태어나자마자 일어서야 하는 새끼의 몸도 그렇다. 겉으로는 노란 몸에 갈색 얼룩이 너무 튀어 보이지만 그 무늬조차 초원에서 숨고 더위를 견디는 데 도움이 된다. 기린은 단순히 목이 긴 동물이 아니라 높은 곳에서 먹이를 먹고 포식자를 피하고 같은 종끼리 경쟁하며 살아가기 위해 아주 독특한 방향으로 진화한 동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