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컨은 왜 일단 입에 넣어볼까

펠리컨 영상을 보다 보면 가끔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 나온다.

물고기뿐 아니라 비둘기나 작은 새나 거북이처럼 보이는 것까지 일단 부리 안에 넣어보는 모습이다.

처음 보면 펠리컨이 정말 아무거나 먹는 새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펠리컨이 정말 모든 생물을 닥치는 대로 먹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물고기를 주로 먹는 새다.

다만 먹을 수 있을 것 같으면 시도해보는 기회주의적인 포식자에 가깝다.

물고기 말고도 갑각류나 올챙이와 거북이 같은 수생동물을 먹을 수 있고 먹이가 부족할 때는 갈매기나 새끼 오리 같은 새를 잡아먹는 기록도 있다.

다른 새가 잡은 먹이를 빼앗는 일도 한다.

그러니까 펠리컨은 정해진 먹이만 고집하는 새라기보다 자기 눈앞에 있는 것 중 삼킬 수 있을 것 같은 먹이를 이용하는 쪽에 가깝다.

이런 습성은 펠리컨의 생김새와도 잘 어울린다.

펠리컨의 부리는 길고 그 아래에는 크게 늘어나는 부리막이 달려 있다.

펠리컨은 이 부리막을 그물처럼 써서 물과 물고기를 함께 떠 올린 뒤 물을 빼고 먹이를 삼킨다.

우리가 흔히 펠리컨의 주머니라고 부르는 이 부분은 먹이를 오래 보관하는 가방이라기보다 순간적으로 먹이를 건져 올리는 도구에 가깝다.

갈색펠리컨의 경우 부리막에는 최대 약 3갤런 정도의 물이 들어갈 수 있고 물을 빼낸 뒤 물고기를 삼킨다.

또 더울 때는 체온을 식히는 데에도 쓰인다.

커다란 부리막은 생각보다 약하다

펠리컨의 부리막을 보면 아주 질기고 두꺼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크게 늘어나기는 해도 두꺼운 가죽 주머니 같은 것은 아니다.

국제 조류 구조 단체의 수술 기록에 따르면 펠리컨의 부리막은 약 1mm 정도로 매우 얇다.

낚싯바늘에 찢어진 부리막을 봉합한 사례도 있다.

즉 펠리컨이 뾰족하거나 딱딱한 생물을 입에 넣는다고 해서 그 막이 절대 찢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날카로운 것에 상처를 입을 수 있고 실제로 부리막이 크게 찢어져 치료를 받는 펠리컨도 있다.

그렇다면 펠리컨은 왜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여러 먹이를 시도할까.

아마 펠리컨의 입장에서는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멀리서 완벽하게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물속이나 주변에 있는 생물이 자기 부리에 들어갈 만하고 삼킬 만해 보이면 우선 잡아보는 쪽이 더 유리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시도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너무 크거나 삼키기 어렵거나 위험한 먹이는 놓치기도 하고 뱉기도 한다.

우리가 영상에서 보는 우스운 장면은 사실 펠리컨이 먹이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과정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큰 입을 가졌다고 해서 무엇이든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펠리컨은 커다란 부리막 때문에 무엇이든 다 삼킬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부리막이 넓다고 해서 먹이가 모두 안전한 것은 아니다.

펠리컨이 평소에 가장 많이 먹는 것은 여전히 물고기다.

갈색펠리컨도 주로 중간 크기의 물고기와 일부 무척추동물을 먹는다.

큰 입은 먹이를 담기 위한 구조이지만 그 안쪽은 생각보다 섬세하다.

부리막은 물을 떠 올리고 빼내는 데에는 뛰어나지만 낚싯바늘이나 날카로운 물체까지 견디도록 만들어진 방패는 아니다.

그래서 펠리컨을 볼 때 단순히 무엇이든 삼키는 우스운 새라고만 생각하면 조금 아쉽다.

펠리컨은 물고기를 잡는 데 매우 잘 적응한 새이고 동시에 상황에 따라 먹을 수 있는 것을 이용하는 현실적인 포식자다.

그리고 그 큰 부리 아래에 달린 막은 우스꽝스러운 장식이 아니라 먹이를 잡고 물을 빼고 더위를 식히는 여러 역할을 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멀리서 보면 투박해 보이지만 자세히 알수록 생각보다 정교한 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