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도마뱀은 왜 눈에서 피를 발사할까

뿔도마뱀은 위험에 처하면 눈 주변에서 피를 뿜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작은 도마뱀이 자기 피를 일부러 흘리는 행동은 오히려 몸을 약하게 만들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뿔도마뱀에게 이 행동은 포식자에게 붙잡힌 마지막 순간에 목숨을 건질 수 있는 강력한 방어 수단이다.

먼저 모든 뿔도마뱀이 항상 피를 발사하는 것은 아니다. 뿔도마뱀속에는 여러 종이 있으며 그중 일부 종에서 이 행동이 잘 나타난다. 평소에는 몸 색을 주변의 모래와 흙에 맞춰 움직이지 않고 숨어 있는 방법을 먼저 사용한다. 포식자가 가까이 오면 몸을 납작하게 만들거나 반대로 공기를 삼켜 몸을 부풀리기도 한다. 머리의 뿔을 세워 삼키기 어려운 먹이처럼 보이게 하는 행동도 한다. 눈에서 피를 발사하는 것은 이런 방법으로도 위협이 끝나지 않았을 때 사용하는 마지막 방어에 가깝다.

피를 뿌리는 것이 어떻게 방어가 될까

뿔도마뱀의 피는 단순히 포식자를 놀라게 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특히 코요테와 여우와 개처럼 개과에 속하는 포식자의 입에 피가 들어가면 강한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포식자가 얼굴을 털거나 입을 바닥에 문지르며 뿔도마뱀을 놓는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2024년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이런 불쾌한 맛을 만드는 성분이 뿔도마뱀의 혈장에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확한 물질이 무엇인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뿔도마뱀이 주로 먹는 수확개미의 독 성분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수확개미를 먹은 뿔도마뱀의 혈장은 귀뚜라미를 먹은 개체의 혈장보다 포식자에게 더 강한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 뿔도마뱀은 먹이를 통해 얻은 성분을 자기 피에 남겨 두었다가 방어에 이용하는 셈이다. 다만 이 피가 포식자를 죽이는 독이라기보다는 입에 닿았을 때 매우 불쾌하게 느껴지는 화학 방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 방어는 모든 포식자에게 똑같이 통하는 것도 아니다. 개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텍사스뿔도마뱀 다수가 피를 발사했지만 로드러너나 메뚜기쥐 같은 다른 포식자를 상대할 때는 같은 반응이 잘 나타나지 않았다. 뿔도마뱀이 상대의 생김새와 접근 방식과 접촉 자극을 구분해 특정 포식자에게 이 방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 위험에나 피를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가 큰 상대를 만났을 때 사용하는 것이다.

피는 눈알이 아니라 눈 주변의 혈액 공간에서 나온다

뿔도마뱀의 눈에서 피가 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눈알이 터지는 것은 아니다. 눈 주변에는 혈액이 모일 수 있는 눈둘레 정맥동 또는 안와 정맥동이라 불리는 공간이 있다. 뿔도마뱀은 눈 주변의 큰 정맥을 둘러싼 근육을 수축시켜 머리에서 심장으로 돌아가는 피의 흐름을 막는다.

피는 계속 머리로 들어오는데 빠져나가는 길이 좁아지면 눈 주변 정맥동의 압력이 빠르게 올라간다. 눈 주변이 부풀 정도로 혈액이 차오른 뒤 압력이 더 높아지면 얇은 혈관과 막이 터지며 눈꺼풀 가장자리에서 피가 분출된다. 방향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으며 가까이 접근한 포식자의 얼굴이나 입을 향해 뿌릴 수 있다. 짧은 시간 동안 여러 번 발사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구조는 피를 발사할 때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뿔도마뱀은 눈에 모래나 먼지가 들어갔을 때 정맥동을 부풀리고 투명한 세 번째 눈꺼풀을 움직여 이물질을 제거하기도 한다. 사막에서 사는 동물에게 눈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기능이 방어 행동으로까지 발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피를 발사한 뿔도마뱀이 반드시 그 자리에서 곧바로 달리기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이 행동이 나오는 시점에는 포식자가 이미 아주 가까이 접근했거나 입으로 물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피가 입과 얼굴에 닿으면 포식자가 놀라거나 불쾌감을 느끼며 뿔도마뱀을 놓을 수 있다. 뿔도마뱀은 그 순간을 이용해 달아나거나 다시 움직임을 멈추고 주변 색에 섞여 숨는다. 결국 피 자체로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포식자가 공격을 잠시 멈추게 만들어 탈출할 시간을 버는 방법이다. 이 방어를 사용했을 때 개과 포식자와 만난 뿔도마뱀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관찰됐다.

물론 자기 피를 사용하는 행동에는 대가가 따른다. 한 번에 잃는 양은 상황마다 다르지만 반복해서 발사하면 몸에서 상당한 수분과 혈액을 잃을 수 있다. 실제 실험에서도 같은 개체가 여러 차례 피를 뿌릴수록 신체적인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래서 뿔도마뱀은 처음부터 이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위장과 몸 부풀리기와 뿔을 이용한 방어가 실패한 뒤에 꺼내는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한다.

뿔도마뱀의 피 발사는 겉으로 보면 충격적이고 무모한 행동처럼 보인다. 하지만 몸집이 작고 빠르게 도망치는 능력도 뛰어나지 않은 뿔도마뱀에게는 자신을 문 포식자가 스스로 입을 벌리게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모래에 숨는 몸 색과 삼키기 어려운 뿔과 몸을 부풀리는 행동에 피의 불쾌한 맛까지 더해지면서 뿔도마뱀은 자신보다 훨씬 큰 포식자를 상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