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저의 가시는 정말 발사될까

호저를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몸을 빽빽하게 덮고 있는 긴 가시다. 위협을 느낀 호저가 몸을 부풀리고 뒤를 보이며 돌진하는 모습을 보면 가시가 마치 날아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호저가 적을 향해 가시를 쏜다는 이야기가 오래전부터 퍼져 있었다. 하지만 호저는 가시를 발사하지 못한다. 호저의 가시는 평소에는 몸에 눕듯이 붙어 있다가 위험을 느끼면 근육의 힘으로 곤두서고 상대가 몸에 닿는 순간 쉽게 빠져 박히는 방식이다. 구세계호저도 신세계호저도 가시를 던지거나 쏘지는 못한다. 다만 뒤로 돌진하거나 꼬리를 휘둘렀을 때 가시가 순식간에 상대에게 박히기 때문에 보는 사람에게는 거의 발사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호저의 가시는 사실 털이 변한 것이다. 우리의 머리카락이나 손톱과 같은 성분인 케라틴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보통 털보다 훨씬 굵고 단단하게 발달했다. 겉으로는 단순한 바늘처럼 보이지만 종류에 따라 구조가 조금 다르다. 한국어로 흔히 호저라고 부르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구세계호저는 굵고 긴 가시를 가지고 있고 꼬리 끝의 속이 빈 가시를 흔들어 소리를 내기도 한다. 반면 북아메리카호저 같은 신세계호저의 가시 끝에는 아주 작은 뒤쪽 방향의 미늘이 있다. 이 미늘은 피부를 찌를 때는 쉽게 들어가게 하고 빠져나올 때는 잘 걸리게 만든다. 실제 연구에서는 북아메리카호저의 가시가 비슷한 굵기의 주사바늘보다 더 적은 힘으로 조직을 뚫을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아기 호저도 태어날 때부터 가시가 있을까

처음부터 이렇게 무서운 가시를 가지고 태어난다면 어미가 출산할 때 다치지 않을까 싶지만 아기 호저는 태어날 때부터 가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처음에는 부드럽다. 새끼 호저는 영어로 포큐펫이라고 부르는데 태어날 때 이미 가시가 나 있지만 말랑하고 유연한 상태라 출산 과정에서 어미를 크게 해치지 않는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케라틴이 굳어 가시가 점점 단단해진다. 북아메리카호저 자료에서는 며칠 안에 가시가 굳는다고 설명하고 남아메리카의 잡을 수 있는 꼬리호저는 태어난 뒤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달한다. 다만 새끼 때의 가시는 아직 작고 유연해서 몇 달이 지나기 전까지는 성체만큼 강력한 방어 수단이 되지는 못한다.

호저의 가시가 무서운 이유는 찌르는 순간보다 그 뒤에 더 잘 드러난다. 특히 미늘이 있는 신세계호저의 가시는 한 번 피부에 박히면 쉽게 빠지지 않고 몸을 움직일 때마다 조금씩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다. 실제로 개나 여우 같은 포식자가 얼굴이나 입 주변에 가시가 박힌 뒤 감염이 생기거나 가시가 더 깊은 조직으로 이동해 큰 문제가 되는 사례가 보고되어 있다. 수의학 논문에서는 가시가 근육과 관절과 심지어 장기 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가시가 박힌 동물은 단순히 따끔한 정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먹이를 먹기 어려워지거나 감염이 생기고 심한 경우에는 죽을 수도 있다. 신세계호저의 가시는 이런 이유로 실제 포식자를 죽게 만든 사례까지 알려져 있다. 다만 구세계호저의 가시는 미늘이 없기 때문에 신세계호저와 완전히 같은 방식은 아니지만 여전히 날카롭고 살을 깊게 찌를 수 있다.

고슴도치의 가시와는 무엇이 다를까

호저와 고슴도치는 둘 다 등에 가시가 있어서 비슷한 동물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가까운 친척도 아니고 가시의 쓰임도 다르다. 호저는 설치류이고 고슴도치는 고슴도치과의 포유류다. 둘 다 털이 단단하게 변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호저의 가시는 쉽게 빠져 상대에게 박히는 적극적인 방어 무기에 가깝다. 반면 고슴도치의 가시는 미늘이 없고 피부에 단단히 붙어 있어서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고슴도치는 적에게 가시를 박는 방식보다는 몸을 둥글게 말아 얼굴과 배를 숨기고 가시가 바깥을 향하게 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지킨다. 고슴도치 가시는 전체적으로 크기와 모양이 비교적 고르고 호저의 가시는 몸 부위에 따라 길이와 모양이 더 다양하다. 같은 가시처럼 보여도 하나는 상대에게 옮겨 붙는 무기에 가깝고 다른 하나는 몸에 붙어 있는 갑옷에 가깝다.

아기 고슴도치도 태어날 때 이미 가시가 있지만 처음에는 얇은 막에 덮여 있다가 하루 안에 드러난다. 이후 처음에는 부드럽던 가시가 점점 단단해지고 몇 달에 걸쳐 성체의 가시로 바뀐다. 이 점은 아기 호저와 조금 비슷해 보이지만 태어난 뒤 방어 방식은 다르다. 아기 호저는 자라면서 쉽게 빠지는 가시를 무기로 쓰게 되고 고슴도치는 빠지지 않는 가시를 몸에 붙인 채 공처럼 말아 자신을 보호한다.

호저의 가시는 단순히 길고 날카로운 털이 아니다. 위협을 느끼면 일어나 상대에게 더 크게 보이게 하고 어떤 종은 소리까지 내며 먼저 경고한다. 그래도 적이 가까이 오면 몸을 돌려 가장 위험한 등과 엉덩이 쪽을 내밀고 접촉하는 순간 가시를 남긴다. 즉 호저는 빠르게 달아나는 동물이 아니라 느린 몸을 대신해 몸 자체를 건드리기 싫은 물건으로 바꿔 놓은 동물이다. 가시를 날릴 수 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지만 굳이 날릴 필요도 없다. 가까이 와서 건드린 상대가 오히려 가시를 가져가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호저에게는 충분히 강력한 방어가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