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잡이수리는 왜 다리가 길까
뱀잡이수리는 처음 보면 조금 이상한 새처럼 보인다. 머리와 부리는 독수리 같은데 다리는 학처럼 길고 가늘다. 그래서 날개가 퇴화해서 걷는 새가 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뱀잡이수리는 날 수 있는 맹금류이고 나무 위에 둥지를 짓기도 한다. 다만 먹이를 찾는 방식이 다른 맹금류와 많이 다르다. 하늘에서 먹이를 발견해 급강하하는 독수리와 달리 뱀잡이수리는 아프리카 사바나와 초원을 오래 걸어 다니며 사냥한다. 하루에 수십 킬로미터를 걸어 다니기도 하고 풀숲을 밟아 숨어 있던 먹이를 튀어나오게 만든 뒤 강한 발차기로 잡는다. 이런 생활을 하다 보니 다른 맹금류보다 훨씬 긴 다리가 유리해졌다. 긴 다리는 풀 사이를 걸을 때 몸을 높이 들어 올려 주변을 보기 쉽게 하고 뱀이나 도마뱀 같은 먹이를 상대할 때 몸통을 조금 더 멀리 둔 채 먼저 공격할 수 있게 해 준다. 뱀잡이수리는 맹금류 가운데 다리가 가장 긴 새로 알려져 있고 아래쪽 다리에는 두꺼운 비늘도 있어서 풀숲을 걷거나 먹이를 공격할 때 어느 정도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독수리처럼 보이지만 독수리과는 아니다
이름에 수리가 들어가고 생김새도 독수리를 닮았지만 뱀잡이수리는 독수리과 새가 아니다. 독수리와 매와 같은 수리목에 속하는 맹금류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서 뱀잡이수리과라는 자기만의 과에 들어간다. 현재 살아 있는 새 가운데 이 과에 속하는 종은 뱀잡이수리 하나뿐이다. 그래서 머리와 부리만 보면 전형적인 맹금류인데 다리와 걸음걸이는 전혀 다른 새처럼 보이는 독특한 모습이 되었다. 먹이를 잡는 기본 장비는 맹금류의 것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생활은 땅 위를 오래 걷는 쪽으로 특화된 것이다.
뱀잡이수리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넓은 초원과 사바나에서 산다. 숲처럼 빽빽한 곳보다는 시야가 트인 환경을 좋아하고 너무 키 큰 풀이 가득한 곳도 피하는 편이다. 이 새가 가장 잘 살아갈 수 있는 곳은 멀리까지 보고 성큼성큼 걸으며 먹이를 찾을 수 있는 열린 땅이다. 그래서 몸도 그 환경에 맞게 만들어졌다. 긴 다리와 긴 꼬리와 날렵한 몸은 멀리서 보면 학을 닮았지만 머리에는 갈고리 모양의 부리와 날카로운 눈이 남아 있다. 땅 위를 걷는 생활과 맹금류의 사냥 방식이 한 몸 안에 합쳐진 셈이다.
이름 때문에 뱀만 먹는 새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식단은 훨씬 다양하다. 곤충과 메뚜기류를 많이 먹고 설치류와 개구리와 도마뱀과 작은 거북이와 새알과 작은 새도 잡아먹는다. 뱀도 먹고 독사까지 사냥할 수 있는 것은 맞지만 뱀이 식단의 전부는 아니다. 과거에는 뱀을 먹는 모습이 너무 강렬해서 이 새의 먹이가 대부분 뱀인 것처럼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기회가 되는 다양한 먹이를 잡는 편이다. 뱀잡이수리라는 이름은 이 새의 식단 전체보다는 사람들이 가장 인상적으로 본 사냥 장면을 반영한 이름에 가깝다.
머리 뒤의 긴 깃털은 왜 있을까
뱀잡이수리의 머리 뒤에는 검은 깃털이 여러 가닥 길게 솟아 있다. 이 깃털 때문에 영어 이름인 secretarybird가 붙었다고 알려져 있다. 옛날 서기들이 귀 뒤에 깃펜을 꽂고 다니던 모습과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 깃털은 단순한 장식처럼 보이지만 사냥할 때 세워지는 모습이 관찰된다. 먹이를 위협하거나 얼굴에 그늘을 만들어 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 있지만 정확한 용도는 아직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다. 또 짝에게 자신을 드러내거나 감정을 표현하는 신호로도 쓰일 가능성이 있다. 즉 멋을 내기 위한 깃털 하나로만 보기보다는 행동과 소통에 함께 쓰이는 구조로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뱀잡이수리의 사냥 방식도 매우 특이하다. 먹이를 발견하면 발로 빠르게 내리찍는데 이 발차기는 뱀을 상대할 때 특히 효과적이다. 몸을 낮춰 물기보다는 긴 다리로 거리를 둔 채 공격하고 필요하면 날개를 펼쳐 균형을 잡으며 상대를 몰아붙인다. 작은 먹이는 통째로 삼키기도 하고 대부분의 사냥은 부리보다 발이 중심이다. 독수리처럼 발톱으로 움켜쥐어 하늘로 가져가는 모습보다 초원을 걷다가 먹이를 밟아 제압하는 모습이 훨씬 이 새답다.
그래서 뱀잡이수리가 특이하게 생긴 이유는 우연히 여러 새를 섞어 놓은 것처럼 태어났기 때문이 아니다. 맹금류의 조상에서 이어받은 갈고리 부리와 강한 사냥 능력에 초원에서 걷고 밟아 잡는 생활에 유리한 긴 다리가 더해진 결과다. 하늘을 나는 능력도 남아 있고 나무 위에 둥지도 짓지만 먹이를 찾을 때만큼은 땅 위의 사냥꾼으로 살아간다. 독수리 같은 얼굴과 학 같은 다리가 함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